바게트가 딱딱해지는 이유와 오래 맛있게 먹는 보관법

빵집에서 갓 구워 나온 바게트를 보면 금빛 크러스트가 바삭하게 살아 있고, 손으로 살짝 눌렀을 때 '사각'하고 소리가 날 정도로 식감이 매력적입니다. 그런데 집에서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바게트는 금방 단단해지고, 겉은 딱딱해지고 속은 뻣뻣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빵을 자주 먹는 사람이라도 "왜 바게트는 하루만 지나도 이렇게 딱딱해질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곤 합니다. 오늘은 바게트가 딱딱해지는 이유와, 오래 촉촉하게 보관할 수 있는 방법까지 자세히 정리해보려 합니다.
 

바게트는 왜 유난히 빨리 딱딱해질까?
 
바게트의 가장 큰 특징은 수분 함량이 낮고, 재료 구성이 단순하다는 점입니다. 밀가루·물·소금·이스트만 사용하기 때문에 다른 빵에 비해 유지류(버터, 오일 등)가 거의 들어가지 않아요. 유지류는 빵 속 수분을 잡아주고 노화 속도를 늦추는 역할을 하는데, 바게트처럼 기름기가 거의 없는 빵은 수분이 빠르게 날아가며 단단해지는 속도도 훨씬 빠릅니다.
여기에 '전통 프랑스식 바게트'는 수분 함량이 낮고 겉은 고온에서 빠르게 강한 크러스트를 형성하기 때문에, 식빵이나 모닝빵보다 신선도 유지 기간이 짧습니다. 빵이 딱딱해지는 과정을 '노화((staling)'라고 하는데, 이는 상온에 두는 시간에 따라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변화입니다.
 
빵이 굳는 과학적 이유 - 전분의 노화
 
바게트가 굳는 이유는 단순히 수분이 빠져서만이 아닙니다. 사실 더 중요한 원인은 전분 분자의 재배열 때문입니다. 빵이 식으면 전분이 서서히 다시 규칙적인 구조로 돌아가며 단단해지는데, 이 과정을 노화라고 합니다. 전분이 재결정화되면 빵 속 촉촉함이 사라지고 씹었을 때 푸석해지는 질감이 나타납니다.
버터나 유지류가 포함된 빵은 전분 입자 사이를 지방이 둘러싸 노화를 늦춰주지만, 바게트처럼 지방이 거의 없는 빵은 그 보호막이 없어 노화가 매우 빠르게 진행됩니다. 그래서 갓 구운 바게트의 식감은 짧은 시간 안에 크게 변하게 되는 겁니다.
 
바게트를 오래 촉촉하게 먹으려면?
 
바게트는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변질되기 쉬우므로, 보관법만 잘 알아두면 훨씬 오래 맛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다음은 실용적인 보관 방법들입니다.
 
1) 바게트는 상온 보관 시 '당일 섭취'가 가장 맛있다
바게트는 갓 구운 상태일 때 크러스트와 속의 밸런스가 가장 좋습니다. 구매 후 6~8시간 안에 먹는 것을 가장 추천하며, 상온에 오래 둘수록 노화 속도는 빨라집니다.
 
2) 반드시 종이봉투에 보관하기
비닐봉지는 좋지 않습니다. 바게트는 바삭한 크러스트가 생명인데, 비닐은 내부 습기를 잡고 빵을 눅눅하게 만듭니다. 그러다 다시 건조되면서 훨씬 더 딱딱해지는 문제도 있어요.
종이봉투는 적당히 숨을 쉬게 해 주어 겉은 바삭함을 유지하면서 수분이 갑자기 증발하는 것을 막아줍니다.
 
3) 장기 보관 시 냉동 보관이 효과적
바게트는 통째로 냉동하면 해동 시 식감이 무너질 수 있으므로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 뒤 냉동하는 것이 좋습니다.
랩에 한 번 싸고 지퍼백에 넣어 공기를 최대한 뺀 뒤 보관하면 한 달 정도는 괜찮습니다.
 
4) 냉동 바게트 되살리기 - 오븐 or 에어프라이어 활용
해동한 바게트를 가장 맛있게 되살리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겉면에 물을 아주 살짝 뿌리기
2. 180~200도 오븐 or 에어프라이어에 35분 재가열
수분이 스팀 역할을 해서 바삭함이 되살아나고, 빵 속은 다시 부드러워져 거의 갓 구운 것과 비슷한 상태가 됩니다.
 
이미 딱딱해진 바게트, 어떻게 활용할까?
 
바게트는 굳더라고 활용도가 매우 높습니다. 
완전히 딱딱해진 바게트는 다음과 같은 요리에 쓰면 오히려 더 맛있어요.
 
● 수프에 곁들이는 크루통
● 브루스케타용 바삭한 빵
● 그라탕 위에 올리는 고소한 토핑
● 강한 식감을 살린 프렌치토스트
바게트는 시간이 지나 딱딱해져도 요리 재료로 활용하면 낭비 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

마무리

바게트가 빨리 딱딱해지는 이유는 재료의 단순함과 낮은 수분 함량, 그리고 전분의 빠른 노화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대로 보관하면 더 오래 맛있게 먹을 수 있으며, 굳어버린 바게트도 다양한 요리로 재활용할 수 있습니다. 바게트는 갓 구운 맛이 가장 좋지만, 보관 방식만 조금 신경 쓰면 하루가 지나도 충분히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빵입니다.